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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ctor : 명의 리포트] 환자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심부자궁내막증’ 환자들의 희망 김도균 교수

국경 넘어 익힌 술기로 국내 유일무이 전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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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장인선 기자
작성날짜
26-07-05

‘병을 잘 고치기로 유명한 의사.’ 바로 명의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명의의 기준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지금은 임상경험과 실력뿐 아니라 봉사활동, 연구,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상을 건강하게 바꾸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대학병원이 중증질환과 고난도치료가 중심이라면 1·2차병원은 일상 속 건강을 지키는 첫 관문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더 닥터 : 명의리포트’ 코너를 신설, 대학병원은 물론 1·2차병원을 포함해 ▲진료 영역의 전문성 ▲근거 기반 진료원칙 ▲환자 소통과 지역사회 기여 등을 기준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의사 및 진료실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신 있는 진료철학을 펼치고 있는 명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경주 동국대병원 산부인과 김도균 교수입니다. <편집자 주>

김도균 교수가 걸어온 길

김도균 교수는 국내서 생소한 심부자궁내막증을 전문분야로 선택, 20년 넘게 한길을 걸어왔다. 무엇보다 심부자궁내막증수술은 단일 장기만을 다루는 수술과 달리 완전한 병변 절제와 함께 골반 자율신경(방광, 직장, 성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을 보존하는 ‘신경보존수술’이 병행돼야 한다. 골반신경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도의 술기가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김도균 교수는 자궁내막증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심부자궁내막증을 누군가는 진단·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해외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술기를 익혔다. 그 결과 국내 유일한 심부자궁내막증수술 명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복강경 심부자궁내막증수술을 3000례 이상 집도했으며 다빈치 로봇시스템으로는 450례 이상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김도균 교수는 환자들이 수술 후 통증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엄마가 됐다는 소식, 통증 때문에 중단했던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그에게는 무엇보다 큰 보상인 셈이다.

“어제 막 수술한 환자가 처음으로 소변을 봤다고 하네요. 기분이 좋아 저도 사우나에서 땀 좀 빼고 왔습니다.”

인터뷰 장소가 경주에서 서울로 바뀌었지만 김도균 교수의 표정에는 피로보다 안도감이 먼저 묻어났다. 심부자궁내막증수술은 신경 보존이 매우 중요한데 소변을 봤다는 건 배뇨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장시간 수술해도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했다.

"여러 장기 침범하며

다양한 증상 유발"

자궁내막증은 가임기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부인과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을 일으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방해한다. 원래 자궁내막세포는 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리혈과 함께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자궁내막세포가 자궁이 아닌 다른 장기에 착상하면 매달 생리주기에 따라 염증과 통증을 반복적으로 일으킨다.

특히 그중에서도 심부자궁내막증은 마치 땅굴을 파듯이 복막 아래로 깊게 파고들어 진행하는 중증 자궁내막증이다. 복막 아래에는 방광, 직장 등 여러 장기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지나가는데 병변이 이 신경과 조직을 침범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예컨대 방광 주변 자율신경을 침범하면 소변이 차지 않았는데도 요의가 느껴져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병변이 좌골신경 주변에 퍼지면 허리나 다리 통증을 느낀다. 이때 환자들은 비뇨의학과나 정형외과를 찾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또 오랜 시간 통증에 시달린다.

"발로 뛰어 배운 ‘골반신경학’ 

심부자궁내막증 전문가로"

김도균 교수가 심부자궁내막증을 선택한 이유는 이처럼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통증으로 삶이 무너지는 환자들을 수없이 마주하면서다. 그는 유럽과 브라질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심부자궁내막증 초음파 진단법을 익혔고 스위스에서 골반신경학을 공부했다.

심부자궁내막증은 단순 산부인과질환이 아니라 직장, 방광, 요관, 골반 등 여러 장기를 함께 이해하고 수술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교육체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심부자궁내막증 수술은 좁고 깊은 골반 안에서 주변 장기는 물론 이를 관통하는 자율신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수술입니다. 단순히 병변만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죠. 병변을 최대한 제거하면서도 어떻게 신경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병원에 다빈치 로봇이 도입되면서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머리카락 굵기의 자율신경을 보존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시야 확보가 중요한데 로봇시스템은 복막 아래 연부조직과 근막, 혈관, 신경을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어 정교한 수술에 도움을 준다.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

# 30대 여성환자로 임신을 위해 체외수정을 13차례나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서울 대학병원에서 두 번이나 수술했는데도 통증은 악화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직장과 요관, 자궁 후벽은 물론 신경까지 병변이 침범한 상태여서 복강경과 로봇수술을 병행해 약 10시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수술 후 통증이 사라졌고 이후 체외수정에도 성공해 아이까지 갖게 됐다.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 미국 LA에서 찾아온 교포환자로 현지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계속됐다. 유튜브를 보고 수술해줄 수 있는지 직접 연락해왔고 MRI로 영상을 검토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 통증 때문에 수면제에 의존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히 수술 성공에 그치지 않고 삶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수술로 새로운   

누군가는 해야 한다" 

이처럼 심부자궁내막증수술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지만 국내 의료계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김도균 교수가 이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심부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도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술 후 통증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은 환자들을 보며 이 분야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김도균 교수는 환자들이 어떤 증상 때문에 불편한지 충분히 듣고 그 증상들이 생리주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그는 생리주기와 연관된 여러 복합적인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변이 깊숙이 파고드는 심부자궁내막증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에게는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불편한 부분을 알아주는 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은 뜻밖의 질문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통증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김도균 교수는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초음파를 보면서 생리할 때 배변통이 있지 않은지, 평소 소변을 너무 자주 보진 않는지, 어지럽거나 편두통이 있지 않은지 등을 먼저 물어보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불편함’을 

알아주고 해결하는 사람"

“설명되지 않는 증상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매 순간 진료에 임합니다. 환자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의사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끝으로 그는 미국의 자궁내막증환자 커뮤니티 ‘낸시 눅(Nancy's Nook)’을 소개하면서 환자들도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낸시 눅(Nancy's Nook)은?

미국 자궁내막증환자의 커뮤니티. 원래는 자궁내막증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았던 한 환자가 시작한 모임이지만 지금은 수십만명의 환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돕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이들은 어떤 의사가 제대로 진료하고 수술하는지 검증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환자가 주체가 돼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치료환경을 바꿔나간 것이다.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린 심부자궁내막증환자들은 사회와도 점점 멀어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 탓이 아니라 분명한 질환에서 비롯된 증상입니다.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고 의료진과 제도 역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치료환경은 결국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TIP. 김도균 교수가 말하는 ‘심부자궁내막증’ 이것만은 꼭!

1. 생리기간 단순 생리통을 넘어 골반통, 허리통증, 어지럼증, 편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복합적으로 겪는다면 꼭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

2. 진료 시 어떤 증상을 겪고 있고 불편함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하게 얘기하기 

3. 가임기 여성이라면 임신 포기하지 않기(수술 후 통증 해소는 물론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에 성공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