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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4기 대장암도 수술한다…세툭시맙이 넓힌 '완치의 기회'

김정은 서울아산병원 교수 "4기와 말기는 다르다…적극적 치료로 완치도 기대"

  • 전이성 대장암
  • 치료전략
  • 표적치료제
  • 정밀의료
  • 검진 연령
기자명이원국 기자
작성날짜
26-07-04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문제는 정보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무분별한 건강정보들이 국민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SCIE급 논문 작성 건수, 수상경력, 학회활동 실적 등을 토대로 명의를 선정, 다학제진료 사례를 통해 각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명의에게 듣는 질환 A to Z’ 기획기사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도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수술을 연계하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도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수술을 연계하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갑상선암, 폐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하지만 조기발견 시 완치율이 90% 이상에 달할 만큼 치료성적이 좋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 실제 환자 약 25%는 이미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상태에서 처음 진단받는다.

하지만 전이성 대장암 치료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항암치료로 생명 연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종양을 충분히 줄여 수술까지 연결하는 ‘전환치료’가 새로운 목표가 됐다. 특히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EGFR 표적치료제 세툭시맙이 빠른 종양 축소를 바탕으로 수술 기회를 넓히며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정은 교수를 만나 전이성 대장암 치료 변화와 실제 환자 사례에 대해 들었다.

■당시 환자 상태

55세 남성 김모 씨는 우상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 상행결장암과 간에서 3분의 2가 전이된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간전이 범위가 너무 넓어 수술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종양내과와 간담췌외과, 영상의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우선 종양을 줄인 뒤 수술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기로 했다.

김정은 교수는 “대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전이가 있어도 병변을 모두 절제할 수 있다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암”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환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진료를 통해 어떻게 수술 가능한 상태까지 만들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 과정

유전자 검사결과 환자는 RAS 정상형(RAS wild-type) 전이성 대장암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종양을 최대한 빠르게 줄여 수술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툭시맙과 폴피리(이리노테칸, 5-플루오로우라실, 류코보린) 병용요법을 시작했다. 약 4개월 뒤 영상검사에서 종양은 60% 이상 감소했다. 다학제진료를 거쳐 수술 가능 여부를 다시 평가했고 결국 원발암과 간전이 병변을 동시에 절제하는 수술이 가능해졌다.

김정은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종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수술 가능한 상태’까지 만드는 것”이라며 “세툭시맙은 높은 종양 반응률과 빠른 종양 축소를 통해 전환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툭시맙은 EGFR를 표적하는 항암제로 20년 가까이 전이성 대장암 1차 치료의 표준옵션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RAS 정상형 환자에서는 장기 생존과 빠른 종양 축소 효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으며 최근에는 정밀의료 시대에 맞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로 자리 잡았다.

김정은 교수는 “과거에는 바이오마커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RAS 변이 여부를 통해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며 “환자를 정확히 선별하면서 세툭시맙의 임상적 가치도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환자 상태

환자는 수술 후 추가 항암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추적관찰 과정에서 작은 간전이가 발견됐지만 추가 절제를 통해 다시 치료를 이어갔다. 현재는 최초 진단 후 약 9년이 지났지만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4기 대장암, 수술이 치료 전략이 되는 이유

대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결장암은 위치 자체가 치료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직장암은 항문과의 거리에 따라 수술 범위와 방사선치료 여부가 결정된다. 또 우측 대장암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좌측 대장암보다 예후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이 다른 고형암과 가장 다른 점은 4기에서도 수술을 통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이나 폐 등 전이 병변까지 완전히 절제하면 장기 생존은 물론 일부 환자에서는 완치도 가능하다. 특히 대장암은 장에서 나온 혈액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이동하는 특성상 전이가 비교적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수술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모든 전이성 대장암환자가 수술 대상은 아니다. 수술 여부는 전이 병변의 위치와 크기, 개수, 침범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간전이는 MRI 등을 통해 병변과 잔존 간 용적을 확인하고 폐전이는 병변의 개수와 분포, 위치 등을 고려해 절제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는 종양내과와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다.

김정은 교수는 “대장암은 약물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수술이 가능한 환자라면 적극적으로 절제를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최근에는 간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간이식 연구도 진행되는 등 수술적 치료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시대…‘어떤 환자인가’가 치료를 결정한다

최근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는 환자마다 다른 유전자 특성을 반영한 정밀의료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동일한 항암치료를 적용했다면 현재는 RAS·BRAF 변이, MSI/MMR 상태, HER2 증폭, NTRK 융합유전자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한 뒤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것.

세툭시맙 역시 모든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세툭시맙은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에서 효과가 확인된 대표적인 EGFR 표적치료제다. 최근에는 BREAKWATER 연구를 통해 BRAF V600E 변이 환자에서도 새로운 병용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며 치료 저변을 넓히고 있다.

김정은 교수는 “최근 리얼월드데이터 연구는 특정 약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임상·분자생물학적 정보를 통합해 환자별 최적의 치료 전략과 치료 순서를 찾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NGS 보험 적용 확대를 계기로 국립암센터와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세툭시맙을 포함한 실제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 시퀀스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젊어지는 대장암, 검진 연령도 바뀌어야 한다

김정은 교수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설명 가운데 하나가 ‘4기와 말기는 다르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4기는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병기를 의미할 뿐 생애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이성 대장암은 장기간 약물치료로 질환을 조절하거나 종양을 줄여 수술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 젊은 대장암환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호주와 함께 젊은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꼽히며 특히 50세 미만 환자비율은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50세 미만 대장암발병률도 14.3%로 호주, 미국, 뉴질랜드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그는 전이성 대장암을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국가검진 확대를 꼽았다. 최근 50세 미만 젊은 대장암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검진 시작 연령을 현재보다 낮추고 대장내시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교수는 "미국은 이미 대장암 검진 권고 연령을 45세로 낮췄고 일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검진 연령 하향과 수검률 향상이 대장암 사망률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AQ

Q. 세툭시맙이 20년 가까이 표준치료로 쓰이는 이유는.
A. 초기에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 비슷하게 사용됐지만 이후 RAS 돌연변이 검사를 통한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가 정립되면서 치료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빠른 종양 감소와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됐고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수술 가능한 상태로 전환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도 RAS 정상형 전이성 대장암의 대표적인 1차 치료 옵션으로 쓰이고 있다.
Q. 전환치료에서 세툭시맙은 어떤 역할을 하나.
A.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수술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높은 종양반응률과 깊은 종양 감소를 바탕으로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Q. 환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A. 많은 환자가 4기 진단을 말기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병기와 말기는 다른 개념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면 장기간 병을 조절하거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Q. 앞으로 전이성 대장암 치료는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A. 수술적 치료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병용요법도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검진연령을 낮추고 조기발견을 확대하는 것이 대장암 치료성적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