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예뻐지기보다 주기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한 피부를 오래 유지하려는 환자들이 늘면서 미용의학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왔다. 이제는 단순 효과를 넘어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졌으며 피부 본연의 힘을 회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스킨 롱제비티(Skin Longevity)’가 시술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 대한피부항노화학회 김현조·노낙경·윤성재 부회장, 노성민 수석학술이사, 염꽃보라 수석총무이사.
대한피부항노화학회는 28일 개최한 제16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를 공론화하며 피부과전문의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바람직한 미용의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학회 임원들과의 좌담을 통해 현장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았다. 좌담에는 김현조 부회장(CNP차앤박피부과), 노낙경 부회장(청담도산대로 리더스피부과), 윤성재 부회장(압구정 리더스피부과), 노성민 수석학술이사(신사 벤자민피부과), 염꽃보라 수석총무이사(서울ONE피부과)가 대표로 참여했다.
- 최근 노화 연구는 어디에 집중되고 있나.
윤성재 부회장(이하 윤성재) : 현재 노화는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와 조직, 면역, 대사, 미생물, 생활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전신적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세포노화, 만성 저등급 염증, 미토콘트리아 기능 저하, 산화스트레스, 줄기세포기능 저하, 세포 간 신호전달 이상, 장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등이 주요한 연구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염꽃보라 수석총무이사(이하 염꽃보라) :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노화기전으로 특히 만성염증이 노화를 가속화한다는 ‘인플라마에이징(Inflammaging, 염증성 노화)’이 핵심 연구분야로 급부상했다. 이에 세포 내 만성 미세염증을 차단해 노화 속도 자체를 늦추는 연구, DNA메틸화 등 유전자 발현 패턴을 교정해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 연구, 세포 간 소통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화된 세포외기질(ECM) 환경을 재생시키는 치료기전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스킨 롱제비티’의 개념을 보다 쉽게 설명한다면.
김현조 부회장(이하 김현조) : 한마디로 젊어 보이는 피부가 아니라 ‘오래도록 건강하게 기능하는 피부’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노화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지속’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두됐다. 기존 미용의학이 주름, 볼륨 소실 등 외형적 결과에 집중했다면 스킨 롱제비티는 피부의 장벽기능, 콜라겐 생성능력 같은 피부의 근본적인 재생역량을 오래 보존하는 데 초점을 둔다. 결국 지금 예쁜 피부보다 10년 후에도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스킨 롱제비티의 본질이다.
- ‘스킨 롱제비티’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
노성민 수석학술이사(이하 노성민) : 자외선 차단, 레티노이드, 항산화제 같은 검증된 항노화 관리법을 실천하는 것과 바이오스티뮬레이터, 스킨부스터, 레이저 등을 통해 피부가 콜라겐을 다시 생성하도록 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윤성재 :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피부타입, 노화속도, 생활환경, 과거 시술력, 기저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술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한 번에 강한 자극을 주기보다 나에게 맞는 적절한 시술주기를 수립해 자연스러운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조 : 내분비기관의 균형 있는 관리도 필요하다. 피부 콜라겐 합성, 피지 조절, 상처 치유 모두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저하가 피부 탄력 감소로 직결되며 이를 임상적으로 다루는 기능의학적 접근도 스킨 롱제비티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용의학의 새 패러다임에 따라 임상현장에 찾아온 변화는.
노성민 : 한마디로 효과의 극대화에서 ‘효과와 안전의 균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과거에는 한 번에 강하게 하는 것이 실력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필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회복 가능한 범위에서’ 하는 것이 전문성의 기준이 됐다.
김현조 : “이 시술이 왜 효과가 있나요?” “안전성 데이터는 있나요?” 등의 질문을 스스럼없이 하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개인적으로도 시술의 메커니즘과 근거 문헌, 예상경과와 한계까지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시술은 먼저 직접 경험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권하는 방식도 유지하고 있다.
노낙경 부회장(이하 노낙경) : 공감한다. 최근 들어 많은 환자들이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잘 움직여지고 회복되는지” 묻는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시술이라도 반복될수록 조직이 굳는 건 아닌지 염려하면서 장기적인 안전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이에 임상현장에서도 환자들의 장기적인 노화관리를 돕는 시술계획을 세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염꽃보라 : 한편으로는 유튜브, SNS, AI 등을 통해 방대한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공유되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맹신하는 왜곡현상도 증가했다. 따라서 의사의 역할 또한 단순한 시술자에서 정보의 필터이자 길잡이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환자가 가진 무분별한 정보를 의학적인 근거로 스크리닝하고 교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 환자와의 라포(신뢰)를 쌓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현조 : 단순한 친밀감이 아닌 ‘의학적 신뢰’이다. 이 신뢰는 근거 있는 설명, 지나치게 시술을 권하지 않는 절제, 부작용이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는 책임감에서 쌓인다고 생각한다.
윤성재 : 좋은 라포는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시술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즉 환자가 특정 부위의 변화를 원해도 실제로는 다른 부위의 교정이 더 시급할 수 있다. 의사는 얼굴 전체의 구조와 환자의 노화 원인을 분석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시술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성민 : 환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주름을 없애달라는 말 뒤에는 '덜 피곤해 보이고 싶다'는 진짜 바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진짜 바람을 읽어내고 시술로 도달 가능한 현실적인 범위를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지속가능한 미용의학은 어떻게 실현돼야 한다고 보나.
윤성재 :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면서도 앞으로의 치료 가능성은 남겨두는 방식이어야 한다.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과하게 시술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자연스러운 노화관리를 방해할 수 있다. 환자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즉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건강함과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염꽃보라 : 결국 스킨 롱제비티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즉 눈앞의 극적인 효과만을 위해 피부 조직을 무리하게 자극하거나 구조를 손상시키는 일회성 시술에서 벗어나 피부 본연의 건강함과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용의학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 학회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가.
노낙경 : 학회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톡스, 필러 등의 미용시술이 반짝효과가 아니라 표준화된 지침과 장기적인 안전성을 갖고 시행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노성민 : 좋은 시술이 데이터로 검증되고 공유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국내 임상경험을 체계적으로 모아 학술적으로 정리하고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겠다. 차세대 재생 항노화의학이 임상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줄기세포, ECM, 세포기반 재생치료처럼 노화의 근본에 개입하는 기술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형태로 임상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학회가 검증과 표준화의 관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현조 : 교육 인프라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회원들이 새로운 기전과 술기에 발맞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학술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국제 협력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아시아권에서 한국 피부과학의 위상은 이미 높지만 이를 논문과 국제학회 발표를 통해 세계에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학회가 한국 미용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심 역할을 하겠다.